출장 때문에 제주도까지 진에어를 이용한 적이 있다. 워낙 짧은 비행거리이기에 저가항공이지만 대형항공사와 비교해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다. 하지만 제주공항에 도착할 때 즈음 머리 위로 손을 든 승객과 승무원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고객에게 선물을 주는 소소한 레크레이션을 진행하는 것에서 새삼 재미있다고 느꼈다. 저가항공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 출혈적인 가격 경쟁보다는 고객의 Favorite airline으로 진에어를 인식시켜 고객의 로열티를 높여 탑승 횟수를 늘리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얼마 전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한 항공사가 기내에서 비키니 쇼를 해서 벌금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외신과 국내 기사,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종합한 결과 사연은 이렇다. 8월 5일 베트남 민간 항공사 비엣제트에어(VJA)가 베트남 호치민에서 칸호아주 냐짱으로 이동하는 항공편에서 3분간 5명의 미녀들이 비키니를 입고 하와이안 댄스를 선보인 후 곰인형을 승객들에게 선물로 나눠준 것. 갑자기 진행된 이벤트에 승객들은 디지털카메라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는 등 작은 소동이 벌여졌다. 하지만 VJA는 감독관청인 베트남 민항청(CAAV)로부터 무허가 공연과 항공안전법 위반 등으로 2,000만동 (약 112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항공안전과 선정성이라는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VJA의 비키니 쇼 2012(Vietnamese In flight Bikini Show 2012)가 홍보 효과가 있었을까? 일단 VJA의 입장에서 소설을 한번 써보자. 저가항공사인 VJA는 경쟁 항공사와 차별성을 주면서 효율성과 실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했을 것이다. 베트남의 한 전문지는 ‘현재 베트남은 30세 이하 인구 수가 높고, 점점 부유해 지면서 서구식 라이프스타일로 생활이 변화하고 있다’며 20~30대가 주요 소비층이라고 현지 시장을 설명했다.
기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승무원
VJA는 가장 HOT한 소비주체들에게 저렴한 항공사보단 재미있고 특이한 항공사로 거듭나길 바랬을 것이다. ‘Save more, Fly more’ 슬로건처럼 고객이 계속 자사 항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재미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특별하고 재미있는 경험은 고객 접점이 가장 높은 기내 서비스에서 이루어진다. VJA는 대부분의 항공사의 식사, 음료, 영화와 같은 일반적인 기내 서비스에서 탈피해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재미를 주기 위한 퍼포먼스가 필요했다.
댄스가 끝나고 승객에게 곰인형을 나눠주고 있는 댄서
협소한 공간 때문에 적은 인원이 투입되는 퍼포먼스는 당연 ‘춤’일 것이다. 적은 인원이라도 합을 맞춘 군무라면 승객 모두에게 호응을 유도 할 수 있다. 또한 춤은 짧은 동선에 격렬한 율동을 선보이도록 하와이안 댄스를 선정하고 복장 또한 비키니와 하와이 전통복장을 매치하여 리비도를 자극하도록 했다. 댄서 또한 승무원이 아닌 인터넷 신문 베트남 익스프레스(Vnexpress)와 VJA가 공동 주최한 베트남 미인대회 'MISS NGOISAO 2012' 참가자 중 5명이 참여했다.
VietJetAir Bảo trợ vận chuyển cuộc thi Hoa Hậu Việt Nam năm 2012
항공안전법상 기내 퍼포먼스가 가능할까? 언어의 장벽으로 정보검색에 한계가 있었지만 구글과 유투브의 정보를 분석해보니 VJA는 예전부터 승무원이 기내에서 댄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출발자세와 응급상황 대처 요령 등을 율동으로 소개해주는 것으로 지속적으로 기내 퍼포먼스를 선보여왔다고 생각된다. 신선한 아이디어다. 또한 벌금 사유도 합의되지 않은, 사전 신고되지 않은 이벤트를 진행한 점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기내 퍼포먼스는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선정성에 대한 점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광고나 홍보물에 성적 유희를 위한 리비도가 담겨져 있다. 개인마다 받아드리는 차이는 다르겠지만 일반 광고처럼 생각하면 어느 정도 reasonable하지 않을까
포즈를 취하고 있는 MISS NGOISAO의 미녀들
VJA는 Owned Media와 Earned Media를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PR을 진행하였다. (신문∙잡지∙옥외 광고 등의 Paid Media는 확인을 못했다. 서프라이즈 이벤트이기 때문에 관련자료는 없었으리라 짐작할 뿐) 종업원을 활용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 후 고객 로열티 강화를 위해 자사 홈페이지에 내용을 개제하는 Owned Media를 활용하고 자사 공식 페이스북과 유투브에 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뉴스화하여 이슈를 전파하는 등 Earned Media를 통해 VJA 팬층을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고객이 직접 현장을 촬영하여 자발적으로 SNS에 컨텐츠를 업로드하도록 유도했다.
요코야마 류지의 트리플 미디어 전략 <그림 2-2> 소비자의 단계와 트리플 미디어
어찌되었든 VJA는 CAAV로부터 122만원 가량의 벌금을 받았다. 승객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고객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비키니를 입은 여자들의 춤을 아이디어로 내놓았다는 VJA의 퍼포먼스가 효과가 있었을까? 승객들이 촬영한 영상이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올려져 수천명이 확인하였고 전세계 매체로부터 약 500여개의 뉴스를 통해 온라인 바이럴의 촉매 역할을 해주었다. 이 정도면 궁금증에 답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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